"출연자들 술만 마시나요?"...15세 시청가 '술방' 예능, 알코올 미화 논란

나혼자 산다가 지속적인 음주 장면으로 제재, 대표적인 박나래 음주장면, 사진=MBC 나혼자산다, 밸류타임즈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TV 속 음주 장면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MBC '나 혼자 산다'에 법정제재인 '주의' 처분을 의결했다.

이는 올해 들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받은 첫 음주 관련 제재다.

◆ "청소년 시청 등급인데..."술 미화 자막 무더기 적발

방심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나 혼자 산다'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최소 6회 이상 음주 미화 장면을 방송했다.

"깔끔한 맛이 일품인 깡소주", "잔 가득 채운 행복", "목젖을 때리는 청량감" 등 자극적 자막을 사용해 음주를 미화했다는 지적이다.

지속적인 음주 선전으로 문제가된 나혼산, 사진=MBC

청소년정책연구원 김모 박사는 "15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에서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음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특히 연예인들의 음주 장면은 모방 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 가치있는 정보 | 방송 음주장면 실태

더 심각한 문제는 규제의 사각지대인 OTT와 유튜브다.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짠한형', '혤스클럽', '슈취타' 등 이른바 '술방' 콘텐츠가 10~20대 시청자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한 회당 평균 조회수는 100만 회를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음주방송 사각지대 OTT 문제점 지속, 신동엽 만취, 사진=유튜브 채널 짠한형

미디어법제학회 박모 교수는 "현행법상 웹 콘텐츠의 음주 장면은 실질적 규제가 불가능하다"며 "플랫폼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규제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연령 제한과 경고문구 표시를 의무화했으나, 실효성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 시정 요청 제도는 강제력이 없어 종합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나 혼자 산다' 제재를 계기로 방송가의 음주 장면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청소년 시청이 가능한 프로그램의 경우, 음주 미화 장면에 대한 심의가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OTT와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을 아우르는 통합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자발적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방송가에서는 이번 제재를 계기로 자체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알콜 미화 논란에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고, 실질적인 법적 제재가 가해지면서 변화에 대응하는 상황이다.

A방송사 예능국 관계자는 "음주 장면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경우 경고 문구를 의무적으로 삽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주 장면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과 함께, OTT·유튜브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