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하다 숨진 노인들… 괴물 경북 산불보다 빠른 건 혼란이었다

◆ "도로에서 폭발이 났어요"…대피의 이름으로 사라진 생명들

3월 25일 밤, 경북 북부의 7번 국도는 사실상 사지였다. 경북 산불은 자동차보다 빠르게 도로를 덮었고, 사람들은 방향을 잃은 채 불속으로 내몰렸다. 한 요양시설 차량은 대피 중 폭발했고, 차량에 타고 있던 노인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동했지만, 대피소도 안내도 없는 도로에서 최후를 맞았다.

괴물산불
경북 의성발 괴물 산불 피해 확산으로 대피 중인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불은 의성에서 시작됐고, 순식간에 안동과 청송, 영양, 영덕으로 퍼졌다. 바람은 시속 100km의 속도로 불씨를 날렸다. 26명이 목숨을 잃고, 2만 3천여 명이 집을 등졌다. 한 가정은 이장을 포함한 3명이 처남댁을 구하러 나섰다가 모두 숨졌다. '대피'라는 단어가 그날은 죽음의 방아쇠였다.

불이 덮친 지역은 이미 정전과 통신 두절로 무방비 상태였다. 경찰 순찰차도 화염에 휘말려 전소됐고, 도로를 통제하던 인력은 오히려 피난 행렬을 가로막았다는 오해를 샀다. 불은 항구까지 몰아붙였고, 연기와 해무 속에 104명이 방파제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 가치있는 정보 | 재난 시 '실제 행동 요령'

  • 자동차 피난은 신중하게…도보가 더 안전할 수도 있음
  • 지자체 재난 문자나 방송이 없을 경우, 항구나 고지대로 이동
  • 산불 시 가장 위험한 장소는 '막힌 도로 한가운데'

대피소도 지자체마다 네 번이나 바뀌었다. 한 청송군 주민은 불안한 밤마다 가방을 메고 아이와 함께 네 번 대피지를 옮겼다. "오늘 밤엔 어디로 가야 하죠?" 이 질문은 누구도 답하지 못했다.

◆ 2만 개 축구장이 사라졌다…통계가 말하는 참사

이번 산불은 축구장 2만1천 개에 달하는 면적을 불태웠다. 역대 산불 피해 중 가장 크다. 의성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일대를 초토화하며 ‘산불구역 추산 불가’라는 역대급 브리핑까지 낳았다. 87대 헬기, 5천 명의 진화 인력이 투입됐지만, 고령층 피해는 막지 못했다.

의성, 안동, 영양 등지의 피해자는 대부분 60~80대 노인이었다. 연기로 가득한 마당, 언덕길, 도로 한가운데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이동이 늦은 이들은 불길에 갇혔고, 피난 안내도 없던 마을엔 단 한 줄의 생존 루트도 없었다.

문제는 단지 화재가 아니라, 대응 시스템 자체였다.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던 그 구조가, 생존을 어렵게 만들었다.

💡 가치있는 정보 | 산불 재난 구조 시스템 요약

  • 2025년 산불로 3만ha 피해, 역대 가장 큰 규모
  • 중앙 재난 경보망과 지역 대피소 연결 미비
  • 강풍·통신두절 시, 주민 자력 피난 비율 80% 이상

다른 나라는 어떻게 막았을까? 일본은 대피 경로를 사전에 훈련하고, GPS 기반 '실시간 생존지도'를 배포한다. 캐나다는 산불 예상 지역 주민에게 ‘자가대피 키트’를 의무화했다. 우리는 여전히 ‘방송’만 기다리는 중이다.

◆ 이젠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나

영덕의 80대 부부는 대피하다가 불길에 갇혀 집 앞 내리막에서 숨졌다. 처남댁을 구하러 간 이장은 결국 가족 셋 모두를 잃었다. 그리고 고운사, 용담사, 묵계서원… 조선의 숨결을 간직한 문화재들도 소리 없이 무너졌다.

그날, 누군가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질문 하나로 삶과 죽음이 갈렸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더 많은 알림보다, 더 정확한 한 줄의 안내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현재 진행형 재난의 교훈은 단순한 통제가 아니라, 설계된 구조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는 시스템을 기다릴 수 없다. 나와 이웃을 위한 대피 루트를 확인하고, 재난 상황을 가정한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 안전퇴로를 확인해두고 미리 구조해야 할 때다.

밸류타임즈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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