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 입구에 붙은 안내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3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정리됩니다.’ 이 문장이 불러온 반응은 뜨거웠다. “잘했다”는 사람과 “너무하다”는 사람. 그런데 이 논쟁, 왜 이리 오래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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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공족에 대한 30분 자리비움 원칙을 제시한 서울의 스타벅스 매장, 사진=X(구 트위터) |
◆ “30분 지나면 자리 뺍니다”…그 문구 하나가 드러낸 공간의 민낯
커피 한 잔 앞에서 어떤 이는 마음을 다독이고, 어떤 이는 치열하게 집중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공간은 침묵의 전쟁터가 되었다. '머물 자격'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은, 단지 음료값 이상의 무언가를 반영하고 있다.
카공족은 공부하거나 업무를 위해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다. 업주는 손님 회전율이 줄어드는 걸 걱정하고, 일반 손님은 빈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돌아선다. 문제는 누가 옳고 그른지가 아니다. 모두가 불편한 구조, 바로 그 지점에 있다.
💡 가치있는 정보 | 카페 갈등, 각 입장 정리하기
- 📍 카공족: 도서관은 포화, 집은 집중 어려워…카페가 집중 공간
- 📍 카페 업주: 회전율 하락, 냉방비 및 전기세 증가…수익 구조 타격
- 📍 일반 손님: 좌석 점유로 인한 이용 포기, 마음편한 대화도 조심스러운 불편 증가
◆ 머물 자격을 묻기 전에, 설계부터 다시 보자
공채 시즌이 되면 카페 한쪽 자리는 고정 멤버들로 채워진다. 심지어 프린터기까지 가져와 ‘1인 사무실’을 만든 사람도 있었다.
업주 입장에선 회전율 하락과 냉방비 및 전기세 등이 부담이 겹치고, 소상공인 전기료 지원은 연 20만 원에 그친다. 일본에서는 유사한 현상으로 인해 중소형 카페의 줄도산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대로면 한국도 머지않아 '공간의 붕괴'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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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설치 및 과도한 전기 사용으로 논란이 된 국내외 카공족, 사진=커뮤니티 |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단순히 '나가라'는 공지 하나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업주와 고객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집중 공간, 그리고 수익성 있는 공간 운영. 이 둘이 충돌하는 게 아니라 조율될 수 있는 구조 말이다.
서울 망원동의 한 카페는 ‘스터디존’을 따로 두고 시간당 2천 원을 받는다. 콘센트는 특정 구역에만 배치되고, 90분마다 알림이 울린다. 회전율은 유지되고, 카공족은 눈치 보지 않는다. 작은 조치들이 매출과 만족도를 함께 끌어올린다.
아울러, 진정 사용자들을 위하는 카페라면 물리적 공간 구조 재배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보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카공족이든 아니든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척추 피로와 혈류 정체가 발생하고, 집중력도 떨어지기 쉽다. 일부 카페는 이에 착안해 일정시간별로 스트레칭 알림을 은은히 울리거나, QR코드로 자세 교정 콘텐츠를 안내하며 '몰입과 건강'을 함께 설계하고 있다.
💡 가치있는 정보 | 실질적 상생 포인트 제안
- 📍 ‘스터디존’ 시간제 과금 + 리필 메뉴화 → 집중 공간 + 매출 보장
- 📍 콘센트 구역 차등화 → 회전율 조절 + 질서 확보
- 📍 시간 알림 시스템 + 건강 콘텐츠 연계 → 자발적 이동 유도
- 📍 지자체 연계 ‘카페-학습허브’ 등록제 → 정책적 인센티브 가능
◆ 커피 한 잔의 공간, 다시 묻는다
장기이용 시 때되면 알아서 커피를 시키고, 공간을 맡아둔 채 자리비움을 오래 하지 않으며, 과도한 전기사용도 자제하는 카공족이 많았다면 이 순간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실은 좋은 손님층이다.
스타벅스의 경고문은 단순한 공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 도시의 공간이 얼마나 팽팽한 긴장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조각이다.
그동안 강제로 내쫓을 수 없었지만, 이제는 카공족을 대하는 커피 및 공간 업계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일반인들의 공기도 더는 참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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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와 일반인 손님층, 그리고 카공족이 공존하는 카페 |
어쩌면 지금 카공족과 일반인 모두를 위한 합리적 구조를 도입한 곳이, 내일의 대박 카페가 될지도 모른다. 회전율을 유지하면서 몰입을 설계한 전략, 그것이 오히려 새로운 충성고객을 만든다는 것은 이미 일부 매장에서 입증되고 있다.
보통의 경우, 카페는 어떤 일부 손님 층의 전유물은 아닌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손님 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혹은 특정 손님 층을 겨낭한 카페도 시장이 축소되겠지만 가능은 하다.
다만, 두 경우 모두 자연스러운 손님층 수용과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제도가 아닌 감각있는 원칙, 센스있는 설계이다.
지금은 모두가 불편한 카페에서, 모두가 편한 카페로 넘어가는 그 전환점 위에 있다. 만일 각자의 사용 이유가 납득되는 원칙 하에 공존할 수 있다면, 그 공간은 결국 누구에게도 불편하지 않은 장소, 그래도 현재보다는 쾌적한 내일의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밸류타임즈 이지연 기자